진짜배기 친구를 영상에 담다, 김동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작성자 발전홍보팀
작성일 2017.09.27 13:35:13
조회 536


                  

 2017년 9월 29일(금)과 30일(토) 양일간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영화 ‘내 친구 정일우’가 상영될 예정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내 친구 정일우’는 서강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故 정일우 신부의 일생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한국 독립영화계의 대부 김동원(신방 74) 영화감독을 서강소식 Weekly에서 만나보았다. 

             


 # 내 친구 정일우, 진짜배기 사람에 관하여


 故 정일우 신부는 교수로서, 그리고 김 동문은 학생으로서 서강대학교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이 같은 시기에 학교에 계신 건 아니라고 들었는데, 두 분이 어떻게 만나셨는지 궁금합니다.

 재학시절에 정 신부를 직접 뵌 적은 없습니다. 제가 74학번인데, 공교롭게도 정 신부는 1973년도를 끝으로 교수직을 그만두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신부에 관한 이야기는 자주 들었습니다. 당시 학교에는 존 데일리 신부가 두 분 계셨습니다. 한 분은 서강대학교 총장이셨던 존 P. 데일리 신부였고, 다른 한 분이 바로 훗날 정일우란 이름으로 개명하신 존 V. 데일리 신부였습니다. 당시 총장의 키가 크셨기 때문에 총장을 큰 데일리, 정일우 신부를 작은 데일리로 친근하게 부른 기억이 납니다.
 정일우 신부를 직접 뵌 건 입학 후 훨씬 시간이 흐른 뒤 인 1986년 10월 5일입니다. 파손된 가재도구를 재판 증거물로 사용하기 위해 촬영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간 상계동에서 정 신부를 만났습니다. 거기서 저는 이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세상을 발견 했고, 이후 다큐멘터리 길로 들어갔습니다. 

           

 제작 초기에는 영화 개봉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정 신부의 지인들을 위한 헌정품으로 영화를 기획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계획을 변경하여 영화를 상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영화를 보면 바로 아실 것 같습니다. 저는 운 좋게 정일우 신부를 만났고, 그분의 영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정일우 신부를 모르시는 분이 더 많습니다. 정 신부를 모르는 분들이 이 영화를 본 뒤에 좋은 친구 한 명 소개 받았다고 느끼면 좋겠습니다. 서강대학교 학생 분들이 ‘이런 분이 우리 학교에 계셨다’고 알게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 다큐멘터리, 사람의 매력을 찾아서


 1988년 영화 ‘상계동 올림픽’을 연출하시고 이후 약 30년 동안 다큐멘터리 영화를 연출하셨습니다. 오랜 기간 다큐멘터리 영화를 꾸준히 촬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 이유는 투자를 받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상업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 비용이 적기 때문에 제작자 개인이나 후원자들만으로도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제작 기간이나 흥행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 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다큐멘터리 촬영 대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제가 생각했을 때 훌륭한 사람을 대상으로 영화를 촬영합니다. 촬영 기간 동안 그 인물과 소통하며, 그 사람으로부터 긍정적인 힘을 얻습니다. 그 힘을 얻고자 다양한 대상을 만나고, 영화를 촬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만이 가진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큐멘터리가 개개인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한 자리에서 묵묵히 본인의 일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마 우리 주변에도 분명 있을 것이에요. 이들은 웅변을 잘하거나 아니면 싸움을 잘해서, 혹은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로 주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이런 분들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 시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보고 ‘저렇게 사는 분도 계시는구나’,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행동할 수 있구나’, ‘저렇게 사는 것이 멋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좋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의 의도를 받아들이는 관객이 적어도 상업 영화에 비해서는 많은 것 같아요. 설령 그렇게 받아들이는 관객이 극소수라도 괜찮습니다. 우선 그 영화를 찍은 저를 비롯한 제작진이 그 분으로부터 힘을 받고, 또 희망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다큐멘터리는 거창하게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변화를 이끄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은 상업 영화 제작과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상업 영화를 할 수 있는 재주, 사고방식, 바탕, 철학은 다큐멘터리의 그것과 완전히 반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는 영화 예술의 일종이나 영화 산업은 아니고,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몰론 산업 영화든 다큐멘터리 영화든, 영화의 다양성은 필요합니다. 다만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장점은 앞서 언급했듯이, 큰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는 즉, 늙어서도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의 큰 장점은 무엇보다 사람 만나는 재미입니다. 상업 영화 감독은 나름대로 배우 만나는 재미가 있지만, 다큐멘터리 감독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다 만날 수 있습니다. 촬영을 위해서 남극으로 갈 수도 있고, 농촌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주제를 찾으면 그 어디로든 갈 수 있어요.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로 평생 할 수 있다는 점이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 서강, 열정의 산실


 서강에서의 학창시절은 어떠셨나요?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을까요?

 저는 학창 시절에 동아리 활동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특히 열정적으로 한 활동은 연극회와 테니스였습니다. 학부 때 낮에는 테니스를 치고 밤에는 연극에 몰두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제가 장발이었는데, 교수가 머리를 찰랑거리며 테니스장에서 운동하는 저를 보며 수업은 듣지 않고 또 테니스만 친다고 꾸중하는 기억도 나네요. 

           

 서강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하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시대가 변했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녔을 때 겪은 고충과 지금 학생들이 겪는 고충은 아마 많이 다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만 하자면, 저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것, 사회에 필요한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패를 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패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깨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계속 도전해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대학생 때 이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 같아요. 남들이 가는 길로만 가면 재미 없는 인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 동문은 故 정일우 신부가 생전에 ‘진짜배기’라는 말을 즐겨하셨다고 언급했다. 인터뷰 내내 정 신부에 대한 그의 애정과 존경을 느낄 수 있었다. 정 신부가 서강대학교 교단을 떠난 지 40여년이 흐른 지금, 그는 영상으로 다시 한 번 서강대학교 학생을 맞으려 한다. 다가오는 금요일과 토요일, ‘정일우’라는 ‘진짜배기’ 친구를 메리홀에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석호준 (학생기자, 프문 14) hohoseog@sogang.ac.kr

사진발전홍보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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